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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HIDE/OUT : 술래없는 숨바꼭질

프로젝트 유형

기획 전시

날짜

2026년 4월 30일 ~ 5월 12일

역할

기획/글

위치

HAESO 1관&2관

WITH

작가: 김민훈, 조은석
공간: HAESO
브랜드: ORTLAN
연출: 장일수

서문

[HIDE/OUT : 술래없는 숨바꼭질]

‘무엇으로부터 숨는가, 혹은 무엇을 숨기고자 하는가.’ 전시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 추억 한켠의 ‘숨바꼭질 놀이’를 떠올려보자. 술래를 피해 몸을 숨기면서도 한편으론 들키길 기대하는 모순된 감정의 공존. 그리고 신호(땡!) 하나로 모든 걸 툭툭 털어내고선 놀이의 잔재를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숨고 숨기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누구도 쫓지 않는 ‘술래 없는 숨바꼭질’을 위태로이 지속하는 듯싶다.
숨기고 싶고 끝내 숨겨냈음에도 한편으론 들키고 싶고 결국에는 수용받고자 하는 모순된 감정에 대해 김민훈, 조은석 두 작가는 서로에게 술래이자 숨는 자가 되어 서신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각자의 개인적 경험을 다양한 비유로 풀어내며, 총 네 차례의 서신 교환을 통해 ‘hideout(은신처)’과 ‘hide out(숨다)’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지닌 두 언어가 만들어내는 역설적 관계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Letter 1 — To. 조은석 / From. 김민훈 (2026.03.07)
김민훈 작가는 서로 다른 지층이 충돌하며 한쪽이 다른 층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섭입(攝入)’과 그 과정에서 압력에 의해 점차 가라앉는 ‘침잠(沈潛)’의 구조를 통해 관계와 상황에 따라 교묘히 정체성을 끌어내리거나 드러내는 우리의 모순됨을
은유한다. 무겁고 차가운 판이 아래로 밀려 들어가며 감춰지면 역설적으로 그 내부에서는 응축된 열이 축적되고 결국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화산으로 분출해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깊이 숨으려는 일이 되려 거대한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는 때론 이 모든 과정이 ‘자발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며 우리의 숨는 행위는 일시적 위장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여 무거운 진실들을 다시 지상에 끌어올리는 ‘수행’에 가깝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Letter 2 — To. 김민훈 / From. 조은석 (2026.03.14)
조은석 작가는 인간의 ‘꼬리뼈’라는 신체의 잔여와 반면, 동물에겐 꼬리가 감정을 드러내는 주요 기관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인간에게서 꼬리가 사라진 일은 어쩌면 몸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신호를 감추기 위한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고 말한다.
또한 ‘꼬리를 밟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 ‘꼬리를 내리다’와 같은 관용 표현과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잘라내는 관찰을 통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꼬리를 하나의 단서이자 흔적으로 인식해 왔음을 짚어낸다. 이에 작가는 우리의 은신처(hideout)가 꼬리를 감추기 위함이 아닌 되려 그 꼬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사유하는 장소일 수 있음을 제안한다. 이어 엉덩이 뒤에 여전히 남아 있는 꼬리를 상상하며, 숨는 행위의 종착지가 ‘은폐’가 아닌 ‘드러냄’ 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드러냄’은
스스로를 내보이는 자기 고백에 가깝다.

Letter 3 — To. 조은석 / from. 김민훈 (2026.03.24)
김민훈 작가는 최근 버려진 이불과 옷가지가 찢기고 압착되어 만들어진 ‘잡색 펠트’를 주요 소재로 다룬다. 산업 현장에서 추위와 마찰을 견디며 마모되는 이 재료의 운명 위에서, 작가는 몸보다 항상 늦게 도착하는 ‘꼬리’의 움직임을 발견한다. 살아남기 위해 떼어낸 도마뱀의 꼬리가 역설적으로 그 도피의 순간을 가장 정직하게 증명하듯(Out), 그는 마모되고 버려진 펠트 덩어리들 속에서 누군가의 온기를 기억하는 '고백적 역량'을 길어 올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펠트로 이루어진 숲을 구성하고 그 사이에 ‘믿는 자’라 명명한 샹들리에 형태의 조각들을 배치하고자 한다. 나아가 조은석 작가의 신체 조각과 그 흔적들이 어떻게 교차할지, 그것이 서로의 꼬리를 밟는 충돌이 될지 혹은 공존하여 협음을 만들어 낼지 질문을 남긴다.

Letter 4 — To. 김민훈 / From. 조은석 (2026.04.01)
조은석 작가는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의 「19 호실로 가다」라는 책의 서사를 떠올리며 개인이 느끼는 은신의 욕망에 주목한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이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19 호실‘을 선택하듯, 은신처는 때로 들킴의 긴장을 동반하지만 그 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확보되는 자유와 쾌감에 대한 역설을 말한다. ’숨기‘가 일시적인 도망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자리를 찾아가는 일이라면 그 좌표는 우리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얼굴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서신을 마무리한다.

두 작가 모두 ‘숨기(hide)’와 ‘드러내기(Out)’의 긴장 사이에서 결국 ‘각자의 고유한 자리를 찾아 정직한 드러냄’으로 귀결되는 과정에 닿는다. 어쩌면 이들은 이 술래없는 숨바꼭질 놀이에서 술래를 찾은 듯싶다.

두 작가의 서신과 전시공간에 남은 작품을 바라본다. 조은석 작가의 마지막 서신처럼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소리를 삼키는 은신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증명하는 선언의 장소가 되며, 혹은 서로의 꼬리를 밟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밀어 넣은 무거운 지층들, 엉덩이 뒤편에 남은 꼬리들, 그리고 끝내 표면으로 드러낸 것들을 살펴보며 어떠한 다채로운 지형을 그렸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에 우리의 은신처(hideout)는 더 이상의 도피가 아닌,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정직히 드러내(out)는 하나의 자기고백(hide/out : 술래없는 숨바꼭질)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년 4월, 김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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